내 성기를 보셨나요?_by 성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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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정원이 말하는 열린 성 ③]

“자신의 성기를 보신 분 손 한번 들어 보세요.”
성교육을 하면서 내가 꼭 던지는 질문이다.

이 질문을 던지면 대부분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놀랜 얼굴을 하고(마치 ‘별 망측한 소릴 다 듣겠네’ 하는 표정을 지으며) 주저주저하면서 한두 명이 손을 든다. 그러다가 “꼼꼼히 그리고 샅샅이 보셨나요?”라고 추가질문을 던지면 들었던 손을 빨리 내려 버린다.

우리 몸에 두 곳의 홀대받는 부분이 있다고 한다. 바로 발과 성기다. 그나마 요즘엔 발 마사지다 뭐다 해서 발은 좀 대우가 나아지긴 했는데 아직도 우리의 소중한 그곳인 성기에 대해서만은 ‘난 모르는 곳인데요’다.

왜 여성은 자신의 성기를 보지 않는가. 아니 볼 엄두를 내질 못하는가.

그것은 어렸을 때부터 우리의 어머니들로 하여금 ‘그곳은 보면 안되는 곳, 만지면 안되는 곳’이라는 교육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더불어 성을 ‘뭔가 음험한 것’‘쑥스러운 것’, 때로는 ‘죄와 관련 있는 것’으로 무의식적으로 생각해 왔다.

여성의 성기에 대한 생각보다 남성의 그것은 좀 낫지만(신체구조상 일상적으로 자주 대하고 또 우리 사회 통념상 남자의 성은 관대하게 대접받기 때문이다) 그래도 남성들조차 자신의 성기를 이용해 하는 자위행위 등에 대해 알 수 없는 죄의식을 갖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이렇게 질문을 던져보면서 나는 얼마 전까지 미혼 및 청소년들에게 피임방법으로 콘돔과 질 살정제를 추천해 온 것이 얼마나 현실을 모르는 조언이었나를 깨닫고 실소를 금치 못했다.
질이 어디인지를 알아야 살정제를 넣을 것이 아닌가. 질에 염증이 생기면 병원에서 질 좌약을 처방한다. 대체로 질에 삽입하는 것인데 많은 여성들이(심지어 결혼생활을 하고 있는 여성도) 난감해 한다. ‘성기에 뭔가를 넣다니...’‘질에 손가락이 들어가도 되는 것일까’‘얼마만한 깊이로 넣어야 하나’등등. 간호사로부터 “깊숙이 넣으세요”라는 설명을 들으면 아연실색한다.

우리 여성들이 자신의 성기인 질에 대해 얼마나 무지하고 이유 없는 두려움을 갖고 있는지는 얼마전 성교육을 하던 중 받은 질문으로도 충분히 실감할 수 있었다. 그 수강생은 진지하게 이렇게 물어왔다. “질은 내장과도 같은 부분 아닌가요?” 창자나 간이나 이런 내장과도 같은 부분인 질에 어떻게 손가락을 넣어 볼 수 있느냐는 것이다.

NO!!

질은 내장같은 곳이 아니라 오히려 우리의 ‘입’같은 부분이다. 우리의 입처럼 우리의 몸 속이라기보단 몸 바깥 부분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질이 우리의 몸 속에 있기 때문에 내장같이 손대면 안 되는 부분으로 생각해 막연하나마 두려움을 느꼈던 것이리라.

자신의 성기를 본다는 것은 여러 면에서 필요하다.

무엇보다 내 성기를 꼼꼼하게 봄으로써 성기를 우리 몸의 소중한 한 부분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러면 성기의 기능인 성적 역할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 성은 쑥스럽거나 부끄러운 것이 아니고 자연스러운 우리의 본능일 뿐임을 깨닫게 해 주는 것이다. 그래서 남에게 그 처분을 맡기는 것이 아닌, 주체적인 나의 몸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하는 것이 성교육의 기본이다.

또 하나 우리의 성 건강을 위해 우리는 성기를 봐야 한다. 우리는 늘 거울을 통해 얼굴을 보고 손에 상처가 나면 얼른 연고 등을 발라준다. 왜냐하면 건강한 상태를 알기 때문에 그렇지 않은 때를 아는 것이다. 우리가 평소에 자신의 성기에 관심을 갖고 본다면 평소에 내 성기가 건강한 상태일 때 색깔이 어떤지, 모양이 어떤지를 알 수 있게 된다. 그러다 뭐가 나거나 붓거나 해서 색이 변하거나 이상한 분비물이 나오면 우리는 성기의 이상을 쉽게 알아차릴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성교육을 마칠 때면 꼭 다짐을 받는다. 오늘 집에 돌아가면 꼭 나의 성기를 볼 것을, 그리고 평소에 샅샅이 꼼꼼하게 살펴서 이상이 생기면 바로 알아챌 수 있도록 성기와 친해지기를 말이다. 내 몸과 마음의 확실한 주인이 되기 위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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