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걀과 닭, 사랑과 섹스_by 성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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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달걀이 먼저라고 생각하는가, 닭이 먼저라고 생각하는가.

이 문제는 그동안 꾸준히 논란거리가 되었고, 이제는 해묵은 주제라고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여전히 확실한 답이 없는 상태이다. 그럼, 비슷하게 하나만 더 묻겠다.

당신은 사랑이 먼저라고 생각하는가, 섹스가 먼저라고 생각하는가.

당연히 ‘사랑이 먼저다’라고 대답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사랑하지 않으면서 어떻게 섹스를 할 수 있냐고 눈을 부라리며 개탄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물론, 서로 사랑의 감정을 느끼고 좀 더 긴밀한 교감을 나누기 위해 섹스를 하는 게 보편적이다.

 

그런데, 조금만 더 생각해보자.

요즘에는 ‘원 나잇 스탠드’라고 해서 하룻밤 즐기는 시간을 보내는 사람도 적지 않다.

그들 모두 한 눈에 반해 사랑을 느끼고 섹스를 했다고 생각하는가?

그렇다면 정말 다행이지만 안타깝게도 지구상엔 로미오가 그렇게 많지 않다.

그리고 하룻밤 즐겁게 보낸 후 다시 만나 연인으로 발전된 커플이 몇이나 될까.

당신이 만약 사랑의 감정을 가져야만 섹스를 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면 아무 감정 없이 섹스를 하던 두 남녀가 사랑을 느끼는 이유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이건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일이라고? 맞다. 이런 소재의 영화는 많다.

그런데, 이런 소재의 영화가 많다는 것, 그리고 많은 관객의 공감을 얻었다는 것은 현실에서도 충분히 가능하기 때문이 아닐까.

 

‘두 번째 사랑’의 소피나 ‘색, 계’의 왕치아즈, 그리고 ‘쌍화점’의 왕후와 홍림은 섹스가 먼저였다.

이들은 어떤 목적에 의해 섹스를 시작했을 뿐, 감정은 없었다.

하지만 섹스가 계속될수록 그들에게는 어떤 감정들이 흐르게 되고, 결국 스스로 그 감정을 사랑이라고 믿는다.

그리고 보는 관객들도 그들이 진정한 사랑을 하게 됐음을 알게 된다.

‘쌍화점’에서 홍림이 마음을 다해 외치는 그 말 ‘왕후마마를 연모[戀慕]하게 되었습니다.’에서 알 수 있듯이 말이다.

개방된 성(性)문화 속에서 사는 우리는 이제 시대의 흐름을 읽을 필요가 있다.

결혼 전에 속궁합을 맞춰봐야 성(性)의 격차로 이혼을 하지 않는다고 당당히 말하는 젊은이들에게 더 이상 고루한 잔소리를 늘어놓을 수는 없지 않은가.

이제는 ‘사랑하면 섹스를 할 수 있다’가 ‘섹스를 해 봐야 사랑을 할 수 있다’로 바뀌어 가는 시대이다.

하지만 분명 이렇게 순서가 뒤죽박죽되는 성(性)문화에서도 중요시되어야 할 것은 있다.

그건 서로에게 교감을 얻으려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마음 없이 몸이 열리기는 쉽지 않다.

 

‘원 나잇 스탠드’도 어느 정도 호감이 있어야 이루어지는 법이다.

앞서 살펴본 영화에서처럼 분명한 목적이 있지 않고서는 마음 없이 몸이 열리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이것은 아마도 심장에서 내보내는 뜨거운 피가 온몸에 흐르기 때문이 아닐까.

섹스가 먼저이건, 사랑이 먼저이건 순서는 상관없다.

그건 스스로 마음이 가는 대로 하면 된다.

하지만 섹스는 사랑을 위해 나누는 몸의 교감임을 잊지 말자.

단순한 쾌락을 위한 섹스일지라도 서로 마음을 다해 교감을 나누려는 노력은 필요할 것이다.

 

파티장에서 우연히 만난 남녀가 3일 동안 섹스를 통해 서로에 대해 알아가는 내용이 담긴 영화 ‘베터 댄 섹스’.

단 3일이지만 그들은 묘한 감정을 느끼게 되고 결국 섹스보다 더한 그 무언가를 향해 나가려 한다.

섹스보다 더한 그 무언가는 과연 무엇일까. 그렇다, 바로 사랑이다.

결국, 섹스와 사랑 중에 어느 것이 먼저여야 하는 정답은 없다.

달걀과 닭이 계속해서 순환되듯, 사랑과 섹스 또한 그저 순환되고 있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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