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스는 진짜 어른이 된 후에 해라 ^&^_by 성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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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이십대 중반인 J는 얼마 전에 남자친구와 헤어졌다. 두 사람은 서너 달 정도 사귀었는데 사귄지 얼마 되지 않아 J는 이 남자가 자신의 운명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녀는 지금까지 고이 간직해 왔던 순결을 이 남자에게만큼은 기꺼이 바치겠다고 결심했다.

이 남자와 "첫 섹스를 했다"가 아니라 "순결을 바쳤다"로 생각한 지점에서부터 이미 문제가 발생한 셈이다. 어쨌든 첫 경험이 이뤄졌고, 다음날 아침 J는 어제가 임신 가능 주간이라는 것을 알아냈다.

그 순간부터 운명적인 첫 섹스는 악몽으로 바뀌었다. 우선 그녀는 남자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울기 시작했다. 간신히 영문을 알아듣게 된 남자는 인터넷을 뒤져 정보를 찾아냈다. 얼른 산부인과로 가서 약을 받아오라고 하자 J는 혼자서 어떻게 산부인과에 가냐며 더 큰 소리로 울어댔다.

결국 남자는 잠깐 짬을 내 회사를 나와 J와 함께 산부인과를 찾았다. 처방전을 가지고 약국에서 약을 찾는 것도 함께 했다. 다시 회사로 들어가려고 하자 J는 또 다시 울 것 같은 얼굴로 "약 먹을 때도 같이 있어줘"라고 말했다.

물론 그때만 해도 남자친구는 콘돔을 준비하지 못한 자신을 책망하며 그녀에게 미안한 마음 뿐이었다. 퇴근 후에 다시 만나서 위로해 달라는 말에도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문제는 그날 저녁에 J가 또 남자 앞에서 눈물을 보였다는 것이다. 이제 사후피임약을 먹었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될 거라는 남자에게 J는 "내가 얼마나 무섭고 두려웠는지 알아?"라고 되받 아치며 꺼이꺼이 울어댔다.

더 큰 문제는 정작 시작되지도 않았다. 그녀의 그 우울한 행각은 일주일도 더 지속되었다. 남자는 퇴근 후에는 무조건 J에게 달려와서 J의 우울한 마음을 달래주어야 했고 낮에는 또 낮대로 수시로 해대는 J의 전화를 상대해야 했다.

한두 번 전화를 못 받으면 "한번 자고 나니까 마음이 식었어?"라고 공격하고 "내가 임신이라도 했으면 바로 도망쳤겠네.", "내가 그때 얼마나 무서웠는지 알아?"라며 똑같은 레퍼토리를 읊어대기 시작하자 남자는 점점 J가 무서워졌다. 결국 남자는 두 달을 못 버티고 그녀에게 이별을 선언했다.

남자와 헤어진 후 J의 레퍼토리는 바뀌었다.

"결혼 날짜 잡기 전에는 절대로 남자와 자서는 안 돼."

첫 경험은 누구에게나 어렵고 두려운 일이다. 거기다 임신에 대처하는 방법도, 임신에 대한 두려움을 처리하는 방법도 미숙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성인이 된 뒤에야 섹스를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법적으로나 신체적으로는 분명 성인인데 J처럼 정신적으로 성인이 못 된 이들이 많다. 자신의 욕망을 마치 상대를 위한 희생인 것 처럼 포장하고 그에 대한 책임도 상대가 모두 져야 하는 것처럼 생각하는 것이다.

물론 제 욕망만 질러놓고 도망치는 놈은 더 나쁘지만 적어도 성인이 서로 합의하에 섹스를 했다면 여자도 제 몫의 책임감을 발휘해야 한다. 제단에 제물을 바치듯 순결을 바쳤으니 남자가 마치 신처럼 비도 내려주고 곡식도 자라게 해 주어 남은 내 인생을 모두 책임져야 하는 것은 아니다.

성은 나누는 것이지 바치고 접수하는 것이 아니니까. 어떤 남자를 만나든 어쨌든 내 몸은 내가 책임진다는 각오로 사는 여자가 진짜 제대로 된 성을 누리며 살 수 있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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